디스 이즈 잇 (Michael Jackson's This Is It, 2009)

초등학교 시절, 나이가 어린 고등학생 외삼촌이 방문을 잠그곤 영진이와 나에게 쇼를 보여준다고 했다. 마침 안방에 전신거울이 있었는데, 외삼촌은 그 거울을 보고선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댄스와 어설픈 문워크를 췄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난 마이클 잭슨을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낯설지는 않은 춤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이 삼촌은 별 재미도 없는 걸 갖고서 왜 이리도 부산을 떠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생애 처음으로 마이클 잭슨의 앨범을 내 돈으로 구입했다. 물론 파더의 돈이었지만 내 의지로 처음 구매한 '데인저러스(Dangerous)' CD. 지금 생각해보면 딴 건 아니고 90년도 '나홀로 집에'로 일약 스타가 된 매컬리 컬킨이 그 앨범의 M/V에 나오는 게 주된 이유였던 것 같다. 팝의 황제보다는 '나홀로 집에'와 'T2'를 한 날에 보고 헐리웃 영화에 열광하던 때였다.

그 이후에 가쉽기사를 통해서 접한 마이클 잭슨은 거의 정신줄 놓은 광대 수준이었다. 아동 성추행범, 성형중독자, 백인병, 슈퍼 박테리아, 주니어 학대설, 파산설... 진실을 자세히 알 턱이 없고, 관심도 없던 시절엔 나 역시도 그저 그렇게 뭇사람들과 함께 조롱을 즐겼나보다. 누군가 그러더라. 진정한 천재가 나타나면 전세계 저능아들은 굳게 합심하여 그에 대항한다고. 식빵... This is it은 7월 런던을 시작으로 50일간 예정되어 있던 투어의 정식 명칭으로, 사망 며칠 전인 지난 6월 LA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진행된 리허설을 중심으로 지인들의 인터뷰와 그의 음악인생을 조명하는 미공개 영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큐멘터리는 전체적으로 경이롭고 슬펐다. 마이클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게 행운이란 말 밖엔.
God bless you, Micheal...

by 소년 | 2009/11/06 20:08 | the movie | 트랙백 | 덧글(0)

몽구

아메리칸 숏헤어 한 마리를 업어왔다. 이름은 몽구. male. 8월 28일생. 갸르르...... 

by 소년 | 2009/11/06 00:06 | 트랙백 | 덧글(4)

a want

서브 디카가 갖고 싶다. 역시 난 단기, 속성, 벼락치기 스타일이 맞나봐. 필름을 쓰면서도 느리게 찍기는 못한다. 좋게 말해선 직관적으로. 그냥 게임기 조이스틱 움직이듯 셔터 팡팡이다. 난사 속사는 그렇다치더라도, 음주 혹은 TV와 함께 하는 초스피드 현상도 모자라 메모리카드 컴에 바로 꽂아서 사진 띄우고 싶다. 한동안 일이 발등에 불 떨어져 잠잠하다 싶었는데 지름신의 강림이 스물스물... 수중에 돈은 없고. 간은 크고. 오전내내 중고가가 100단위인 D-lux4의 결과물 쫙 검색들어갔다. 퀄리티는 다른 경쟁자들에 절대 뒤쳐지지 않아야 하고. 무거운 건 딱 질색이고. 간지나면 더욱 좋고. D-lux4 밖에 없더군. 이를 어째... 참고로 러시아 렌즈는 잠정적으로 못쓴다로 결론이 났다. 더는 필름낭비가 될 것 같다. Elmar와 summaron이 일단 영순위.

by 소년 | 2009/11/04 03:17 | the photo | 트랙백 | 덧글(0)

11

11월. 어느새 2010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밀레니엄 들어서면서 과연 십단위 넘어가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왔다. 아니 온다. 화살같은 시간이여! 제길... 로맨틱 코미디 적당히 끝내고 바로 외계인 이야기로 넘어가려 했는데 역시 '적당히'란 없다. 냉정하게.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는 걸로 하고. 외계인 이야기는 캐릭터랑 와꾸만이라도 제대로 짜놓으면 될 듯. 계획은 변경하라고 있는 거지만 일단은 그렇다. 두 달을 어떻게 하면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일단 놀고, 영화보고, 작업하고 세 가지만 빡세게 해도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겠는데. 흠...... 왜 이리 마음은 바쁘고 부산하냐. 칼칼하고 얼큰한 짬뽕이 땡긴다. 내일 점심메뉴 확정.

by 소년 | 2009/11/04 03:03 | 트랙백 | 덧글(2)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2009)

+ 스포일러 포함글입니다.

'펄프픽션' 이후 십수 년이 흘렀음에도 헤모글로빈의 시인, 타란티노는 날이 시퍼렇게 서 있다. 하이라이트 난사씬에서 그야말로 열광했다. 광분했다. 몇년 묵은 카타르시스가 확!! 귀여운 여인, 비비안이 '라 트라비아타'를 보고 오줌쌀 뻔 했다는 표현이 이럴 때 적절했을까. 영화는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무차별적인 유대인 학살로 시작된다. 히틀러와 나치 수뇌부를 제거하기 위한 연합군의 시네마 작전에, 나치의 머릿가죽을 벗겨내는 미친 개떼들과 유태인 처자 소샤나의 복수극까지 더해져 환상의 '피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낸다. 2시간 가까이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감이 팅- 풀리는 순간, 온 몸의 세포가 격렬하게 반응하며 타란티노 식의 끝장 복수극에 동참하게 된다.

받은만큼 돌려준다! 히틀러의 대갈빡을 총으로 수십발 갈겨대고, 괴벨스, 보르만, 괴링 등 나치 쥐새끼들을 극장에 몰아넣고 벌이는 화형 세레모니, 나치의 심볼마크를 평생 마빡에 새겨주는 센스까지! (고정불변의) 역사적 팩트에 알게 모르게 짓눌려 있던 관객들은 소름돋는 해방감과 판타지를 선사받는다. (...) 타란티노와 동시대를 보내며 이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마지막 알도(Brad Pitt) 중위의 대사처럼 타란티노 인생의 걸작이 될지도.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픽션, 킬빌 바로 복습 들어간다. 그리고 피트보다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있었으니, 한스 랜다 역의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 올해 깐느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거의 이 영화에선 존재감 100%다. 이런 괴물같은 배우가 있었다니... 휴우~

by 소년 | 2009/11/01 17:09 | the movie | 트랙백 | 덧글(0)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외계 생명체들이 요하네스버그에 불시착하여 인류와 직접 조우한 지도 28년이 흘렀다. 이들은 지구를 침공하는 존재도, 엄청난 기술진보를 이룩한 상상 속의 외계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처치곤란한 굶주린 제3세계 난민, 인류에겐 거추장스러운 이주민일 뿐이다. 그들은 인간 사회와 단절된 채 9구역(District 9)에 수용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기획회의나 시나리오 회의를 할 때마다 언제나 화두는 something NEW다. 대체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는데 왜 자꾸 새로운 걸 짜내라고 하는 건지. '지구를 지켜라' 류의 걸작은 매해 등장하는 게 아닌데. 게다가 새로움만을 위한 새로움은 리스크가 크고 자칫 '다세포 소녀'류의 영화들처럼 강을 건너갈 수도 있는데... 제대로 된 장르영화조차 못 만들어내면서 그딴 새로움은 된장!! 솔까말, 이런 생각을 한두번 한 게 아니었는데... 음, 역시 something NEW는 어떤 식으로든 창작과 마케팅의 필요요건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사흘 후에 '바스터즈-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을 봤는데 또 한번 나의 나태한 생각에 반성을. 세상에 천재들은 왜 이리도 많은 것일까. 

by 소년 | 2009/11/01 16:08 | the movie | 트랙백 | 덧글(0)

파주 (Paju, 2009) 단상

씨네21 박찬옥 감독의 인터뷰 중 그런 말이 있었다.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시학(詩學)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를 내렸는데, 비극은 그 자체로서 진지하고 장엄하며 완전함이 있는 행동의 모방이며, 이는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통해서 정서를 정화시켜 준다고 했다. 나는 감독이 만들고 싶다던 그 영화다운 영화를 '멋진 비극'으로 이해했다. 진지한 드라마로 이해했다. '파주'는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 연민과 공포를 가장 내밀하게 불러 일으키며, 나의 정서를 정화시켜준 작품이었다. 브라보! 아래는 '파주' 관련 리뷰들.

DJUNA
시사인 김세윤
이동진닷컴 이동진

by 소년 | 2009/11/01 15:39 | the movi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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